신록이 꽃보다 아름다운 오월의 한가운데서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신학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담론의 장이 열렸다.
빛고을평화포럼과 크리스챤 아카데미는 지난 14일, 5·18 정신의 신학화 작업을 위해 성서적 관점에서 광주 민주화운동을 재해석하는 '빛고을평화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5·18 정신을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닌, 현대 신학과 목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로 승화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구원하는 '몸의 부활'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경호 목사(강남향린교회 원로)는 <폭력에 맞서는 고결한 존엄: 몸의 부활신학과 5.18 광주민중항쟁>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경호 원로목사가 "1980년 5월, 끝까지 양심을 지키며 죽음을 선택했던 분들에 대한 기억이 오늘날 살아있는 우리들의 양심을 깨우고 구원한다"며 " 이것이 바로 보통명사 '광주'의 의미다"고 말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김 목사는 한강 작가의 관점을 빌려 광주를 특정 시공간에 갇힌 고유명사가 아닌, 압도적 폭력에 맞서는 인간 존엄의 상징인 '보통명사'로 정의했다. 그는 1980년 5월 끝까지 양심을 지키며 죽음을 선택했던 이들의 기억이 오늘날 우리를 구원한다는 '죽은 자가 산 자를 구원한다'는 역설적 진리를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기독교의 부활을 '초월적 부활', '실존적 부활', '몸의 부활'로 구분하며 , 이 중 불의한 역사를 바로잡고 하나님의 공의를 회복하는 '몸의 부활(역사적·집단적 부활)'에 주목했다.
김 목사는 "부활은 죽음의 공포로 인간을 굴종시키려는 사망권세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는 거룩한 항거"라며, 오늘날 크리스천의 삶 또한 이러한 부활의 삶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월 정신, 공공선의 길을 묻다두 번째 발제를 맡은 정현진 박사(전 한신대 겸임교수)는 <공공신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5·18 민주화 운동>을 통해 5·18 당시 광주 시민들이 보여준 고도의 시민의식을 신학적으로 분석했다.
정현진 박사가 "오월과 공공신학은 기억(정신)에 바탕을 둔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그 기억의 한편은 비극과 좌절에 관한 것이요 다른 한편으로는 꺽이지 않는 용기(항쟁정신)와 사리지지 않는 공동체 정신(대동정신)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정 박사는 시민군의 총을 이웃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활인(活人)의 총'으로 규정하고 , 헌혈과 주먹밥 나눔으로 대변되는 '생명·밥상 공동체'의 모습이 성경이 말하는 공동선(Common Good)의 실현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외부와 완전히 고립된 상황에서도 약탈이나 총기 사고가 없었던 도덕적 자치 공동체의 모습은 인류 역사상 가장 질서 정연한 항쟁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공신학의 과제로 '이중 언어(Bilingual)' 사용을 제안했다. 신학이 성서의 전통에 뿌리를 두되,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보편적 언어로 공론장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후 위기와 가짜뉴스 등 현대 사회의 도전 앞에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공적 시민'을 양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역사를 기억하는 이들이 여는 새로운 미래이날 포럼을 주관한 김원배 원장은 환영사에서 "5·18 신학화 작업은 우리 포럼의 주요 목적 중 하나"라며 "성서의 빛 아래에서 오월 정신을 조명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포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세민 기자참석자들은 5·27 새벽 도청을 지켰던 이들의 희생이 기독교의 순교 정신과 맞닿아 있으며 , 그들이 뿌린 피가 오늘날 민주주의와 평화의 영감으로 부활하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포럼은 김상중 목사의 찬양으로 시작해 주제 강의와 깊이 있는 질의응답을 거쳐, 김승환 목사의 축도와 권점용 목사의 광고로 마무리됐다.
이번 포럼은 1980년 광주의 기억이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2026년 오늘날 한국 교회와 사회를 새롭게 하는 살아있는 복음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