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의회 청사 전경. 광주시의회 제공광주전남 행정통합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주민투표 대신 의회의 동의를 묻는 절차가 선택됐고, 오는 4일 동의안 표결이 예정돼 있다. 형식은 '의회 결정'이지만, 실제로 의원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이번 표결은 기명투표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소속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표를 던지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찬반의 무게보다 당론과 조직의 압박이 먼저 작동하는 구조다. 의회가 숙의의 공간이라기보다, 결론을 확인하는 통로로 기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구조적 쟁점들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광주와 전남 간 힘의 균형을 가늠할 핵심 변수인 의원 정수 조정 문제는 여전히 공백 상태다. 정수 조정 없이 통합이 이뤄질 경우, 향후 광주의 정치적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동의안 표결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의원들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찬성표를 던지자니 향후 불이익 구조에 대한 책임이 남고, 반대표를 던지자니 당론에 맞서는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결국 의원 개인의 판단과 소신은 설 자리를 잃고, 표결 결과만 남게 되는 셈이다.
의회는 시민을 대신해 질문하고 따져 묻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번 행정통합 절차에서 의회는 질문을 던지기보다 답을 강요받는 위치에 놓여 있다.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가 진정한 대표기관이라면, 통합의 속도보다 조건과 구조부터 점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요구했어야 했다.
정치는 책임의 영역이다. 하지만 선택지가 없는 책임은 공정하지 않다. 행정통합이라는 거대한 결정 앞에서, 의원들이 처한 이 '곤란한 표결'은 결국 절차를 설계한 정치의 책임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