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희 기자광주 북구의 한 아동양육시설에 머물던 중학생이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학생은 시설 규칙 등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겼다.
지난 25일 오전 9시 10분쯤 광주 북구 신안동의 한 아파트.
아침 회의를 마치고 외부 순찰 중이던 경비원 A씨는 아파트 외부 화단에 엎드린 채 피를 흘리고 있는 중학교 3학년 B군을 발견했다.
A씨는 "주변이 너무 깔끔해서 처음엔 술을 마시고 취해 엎드려 자고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면서 "알고 보니 교복을 입은 학생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도착한 구급대는 B군을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조사 결과 B군이 지난 25일 오전 시설을 나선 뒤 인근 아파트 옥상에 스스로 올라가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20층 높이 아파트 옥상으로 들어가는 잠긴 철문은 파손돼 있었고 옥상에서 B군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한 장의 유서가 발견됐다.
북구 신안동의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지난 2022년 6월부터 지내온 B군은 '시설의 규칙 때문에 힘들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사고 전날 밤 늦게 까지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시설 생활규칙에 따라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B군이 다니던 학교 관계자들은 이번 사고에 적잖이 놀란 모습이었다. 학교 관계자는 "평소 교우관계도 좋고 밝은 학생이었다"면서 "학교 선생님들이 많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B군이 생활하던 시설에서 작성된 자료들을 살펴보는 한편 관계자를 불러 혐의점이 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