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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신안동 주민들 두 번 울었다…폭우에 또 다시 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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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폭우로 도배·장판 작업도 미뤄 "망연자실"
주민들, 홍수방어벽 철거와 실비보상 촉구하며 집단 고발 예고

4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의 한 가정집. 김건중 씨는 두 차례 내린 폭우로 인해 집안 살림살이를 모두 잃었다. 남은 것은 텔레비전 한 대와 캠핑용 의자 2개 뿐이다. 한아름 기자4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의 한 가정집. 김건중 씨는 두 차례 내린 폭우로 인해 집안 살림살이를 모두 잃었다. 남은 것은 텔레비전 한 대와 캠핑용 의자 2개 뿐이다. 한아름 기자지난달 극한 호우로 인한 피해가 다 가시지도 않은 지난 3일, 광주·전남 지역에 또다시 폭우가 쏟아져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데…폭우에 또 잠긴 집

4일 오전 찾아간 광주 북구 신안동 주택가. 이곳은 보름 전쯤 극한 호우로 침수 피해를 본 동네다. 전날 0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광주에는 197.5㎜의 비가 내렸다. 이곳 신안동은 이번 비로 또 잠겼다. 집앞을 모래주머니로 막고 문을 걸어 잠궜지만 소용없었다.
 
집안을 잘 말려 다음 주쯤 도배와 장판 작업을 하려던 주민들은 한숨만 푹푹 쉴 뿐이었다.
 
김건중(64) 씨는 전날 밤 술을 잔뜩 마셨다. 빗물이 휩쓸고 간 집안을 보면 마음이 텅 비는 듯 해 술이라도 채워야 했다. 전날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또 발목까지 물이 차 있었다. 김 씨는 캠핑 의자에 주저앉아 발목께에서 일렁거리는 쓰레기를 보다 쪽잠에 들었다.
 
김 씨는 또 집이 물에 잠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김 씨는 "12일에 도배와 장판 작업을 하기로 했는데 전부 미루게 됐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보름 전 내린 극한 호우로 모든 살림살이를 버렸다. 가족 앨범도, 고이 모아 둔 아이들의 학창시절 일기장도 물에 푹 젖었다. 이제 김 씨에게 남은 것은 캠핑용 의자 2개와 TV 한 대. 김 씨는 보름 전 첫 번째 호우피해 이후 즉시 투명한 홍수방어벽을 없앴어야 했다고 주장한다.

서방천 따라 설치된 투명한 '홍수방어벽'…주민들 "철거해야"

지난달 17일 가득 들어찬 빗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투명 홍수방어벽 일부 구간이 무너졌다. 4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 주민들은 이 방어벽을 모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아름 기자지난달 17일 가득 들어찬 빗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투명 홍수방어벽 일부 구간이 무너졌다. 4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 주민들은 이 방어벽을 모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아름 기자주민들은 홍수방어벽 앞에 삼삼오오 모여 울분을 토했다. 홍수방어벽 주변으로는 지난 비에 휩쓸려 온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한 주민은 "지난 첫 번째 폭우 때는 도심에서 내려온 빗물이 홍수방어벽에 막혀 물이 빠지지 않아 우리 동네가 물그릇이 된 것 아니겠냐"면서 "또 다시 폭우가 내려 우리 동네를 휩쓸기 전에 이 방어벽을 빨리 철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래 비가 내리면 도심에서부터 내려온 빗물이 신안동 저지대 마을을 지나 서방천으로 빠지게 되는데, 서방천 주위를 홍수방어벽으로 막아 놓은 바람에 빗물이 빠지지 못하고 신안동 일대가 침수됐다는 것이다.
 
홍수방어벽 바로 앞에 거주하는 백정자(86)씨는 "방어벽을 설치할 때 공사 인부들도 염려했다"면서 "방어벽 아래 빗물을 빠지게 하는 배수구가 있지만, 폭우 앞에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난달 극한 호우로 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투명 홍수방어벽 일부분이 무너졌는데, 오히려 그 덕분에 이번에는 비교적 물이 빨리 빠져나갔다고 입을 모았다.
 
문종준(40)씨는 "홍수방어벽 아래 작게 만들어놓은 배수구에 발을 직접 넣어보니 물이 빠지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면서 "지난달 폭우에 무너진 홍수방어벽 일부 구간으로 물이 빠져나간 덕분에 이번에는 물이 덜 차올랐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안동 주민들 "광주시와 북구 고발할 것"

신안동 주민들은 이날 오후 3시 주민회의를 열어 관계당국 고발 절차를 논의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대책위를 꾸려 광주시와 북구청, 투명 홍수방어벽 설치에 관여한 모든 관계자를 고발할 생각이라고 했다.
 
문 씨는 "주민들은 첫째 홍수방어벽을 제거하는 것과 둘째 각 가정에 실비 보상을 해주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주민공청회도 없이 만든 홍수방어벽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한편 강기정 광주시장은 "5년 전 하천 범람을 막기 위해 130억 원을 들여 (홍수방어벽을) 설치했지만, 이번에는 물이 빠지지 않아 피해가 더 커졌다는 지적이 있다"며 "하천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물은 차단하되, 도로에서 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 여부와 방어벽 철거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는 이번 폭우로 31세대 4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서구 3세대 4명 △북구 18세대 22명 △광산구 10세대 15명으로 집계됐다. 북구 신안동, 생용동, 용전동, 문화동, 용강동, 지야동 등지에는 모두 5차례 긴급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4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의 한 가게. 가게 주인은 지난달 17일 극한 호우로 부서진 유리를 아직 갈아 끼우지 못하고 바라보고만 있다. 한아름 기자4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동의 한 가게. 가게 주인은 지난달 17일 극한 호우로 부서진 유리를 아직 갈아 끼우지 못하고 바라보고만 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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