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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광주시의회가 던진 질문, 정치인의 기본은 '정직과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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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투표 있었음에도 '합의 추대'로 포장한 예결위원들
절차 무시한 침묵·거짓… 신뢰 잃는 건 결국 정치 전체
결과 뒤바뀌었다는 주장까지 제기… 민주당 진상조사 '주목'

그래픽=챗GPT 제공그래픽=챗GPT 제공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단 선출 과정이 진상조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무소속과 보수정당 의원이 각각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게 된 이번 결과는 그 자체로도 이례적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뒤에 감춰진 '거짓'이다.
 
분명히 '쪽지 투표'가 있었다. 복수의 취재 결과 예결특위 위원들이 쪽지로 의견을 모았고, 그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이 아닌 후보가 사실상 경선을 통해 선출됐다. 그러나 회의에서는 아무 일 없었던 듯 '합의 추대' 형식을 취했고, 위원들은 "쪽지 투표는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거짓말이 더욱 심각한 이유는 의회의 기본질서를 흔들기 때문이다. 회의는 공개성과 절차적 정당성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설령 비공식 의견 교환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감추고 부인하는 순간, 의회는 시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 시민들은 민주적 결정 과정을 기대하며 투표한 것이지, 무대 뒤에서 짜인 각본을 보기 위해 한 표를 행사한 것이 아니다.
 
광주시의회는 전체 23명 의원 중 21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숫자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정당 내부에서 오히려 불투명한 방식으로 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은 다수의 힘이 절차를 무시하는 데 쓰였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거짓으로 상황을 덮으려 할수록 민주당을 넘어 광주시의회 전체가 신뢰를 잃게 된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는 결국 신뢰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신뢰의 출발점은 '정직'이다. 당내 역학이나 정파를 떠나 정치인의 가장 기본적인 소양은 말을 바꾸지 않고,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에서 비롯된다. 거짓은 또 다른 억측을 낳고, 급기야 쪽지 투표 결과가 뒤바뀌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이 진상조사에 착수한 만큼 그 결과를 투명하게 밝히고, 향후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징계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지금이라도 시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정치의 품격은 의회 안에서 시작되며, 그 품격은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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