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물역사 테마체험관 및 자연형 물놀이 체험시설 조성 설계공모 위치도. 광주광역시 제공광주시가 '영산강 익사이팅존' 국제 설계 공모에서 지침을 위반한 팀을 당선작으로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공모 과정에서 난맥상이 드러나는 등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1월 13일 '영산강 익사이팅존' 조성사업 국제 설계공모 시행공고를 냈고 1단계 작품심사를 거쳐 최종 5팀을 선정하고 기술 검토와 2단계 공모를 진행했다.
광주시는 설계 지침을 통해 사업 대상지에서 건축영역을 따로 구분하고 이 안에 90대 이상의 주차장을 계획하라고 명시했다. 더욱이 설계 세부지침에는 '건축물과 주차장을 포함한 고정형시설물은 건축영역에 제한하며 하천범람을 고려해 계획한다'고 명확히 표현했다.
2단계 공모에 참여한 5팀 가운데 4팀은 주차장 관련 지침을 준수해 설계했다. 그런데 1팀은 50대만 계획에 포함시키고 40대는 하천 영역에 계획했는데, 지침과 다른 설계 작품이 당선작으로 선정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는 최종 공모에 앞서 이뤄진 질의답변에서 주차공간의 경우 자유롭게 계획이 가능하다고 안내하면서 지침을 변경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11월 1단계 공모 전 진행한 질의답변서에서 주차장 계획과 관련한 한 공모 팀의 질의에 "90대 이상 주차장 조성은 건축영역에만 계획해야 하나 주변과의 연계방안 아이디어 제안 시에는 자유롭게 계획이 가능하다"고 답변한 것.
광주시 관계자는 "질의에 대한 답변은 공모 규정이나 지침에 대한 추가나 수정으로 간주된다"며 "질의답변이 최종 지침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침이 있었지만 질의답변을 통해 지침이 바뀐 것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주차장과 관련한 지침 변경으로 볼 수 있는 답변 내용이 오히려 혼선을 주면서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에는 질의응답을 통해 지침을 바꿀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 질의응답 관련 조항을 보면 공고 내용 중 모호한 부분 등에 대해 발주기관에 서면으로 질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설계자가 지침 내용이 모호할 경우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질의할 수 있고 응답을 통해 더 명확해져야 한다는 게 지침의 취지"라며 "지침을 수정할 정도의 질의응답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주시는 주차장 지침과 관련한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지침을 더 명확하게 하지 못한 채 지침을 사실상 수정, 변경해 혼란을 준 만큼 국토부 운영지침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지침을 수정한 질의답변을 내놓으면서 도시관리계획 등 관련 규정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을 두고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는 공모 관리를 맡은 건축사무소와 논의해 답변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주차장 설치에 대한 질의답변에서 관련 법령은 검토되지 않았다"며 "공모 취지에 맞게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 받기 위해 답변한 것이고 부설주차장은 중대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 대상지인 영산강 주변이 자연녹지지역에 해당해 주차장을 조성하려면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설계지침서도 대상지에 대한 일반사항에 주차장 조성은 근린공원구역(건축영역) 내에 배치하도록 제한했다.
한정된 대지에서 주차 공간 90대를 확보하도록 설계하는 것과 이를 지키지 않고 설계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게 건축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이번 공모에 참여한 한 건축사는 "건축영역이 길고 좁은 모양이어서 90대의 주차공간을 설계에 넣는 게 쉽지 않았다"며 "지침과 달리 하천영역까지 주차장을 배치할 수 있었다면 훨씬 자유롭게 설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에서 다수의 건축설계 심사에 참여한 한 건축사는 "원래 지침이 건축영역에 90대의 주차공간을 배치하는 것인데 50대만 배치한 것은 상당히 중대한 지침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광주시가 국제 설계 공모에서 지침을 어긴 당선작을 선정한데다 규정을 검토하지 않은 채로 지침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답변으로 혼선을 야기하면서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