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2일 광주 덕남정수장 송수관로 밸브 고장으로 광산구, 남구 등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으며, 수돗물 5만여 톤이 넘쳐흘러 정수장 입구 농경지, 도로 등이 침수되는 피해가 났다. 남구청 제공지난 2월 수돗물 단수 대란을 초래한 광주 남구 덕남 정수장의 유압밸브 고장은 부식에 따른 기계적 결함과 육안 검사에 그친 관리적 요인이 복합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광역시상수도사업본부(상수도본부)는 지난 2월 정수장 사고 직후 분야 별 전문가로 구성된 '덕남정수장 사고 원인 규명·재발 방지 전담팀(TF)'과 '상수도 조직·시설 혁신을 위한 전담팀(TF)'을 가동했다.
먼저, 전담팀의 사고 원인 조사 결과 시설 노후화에 따른 기계적 요인과 점검 소홀 등 관리적 요인으로 확인됐다.
기계적 요인은 부식으로 약해진 볼트에 과도한 힘이 가해져 볼트가 파손되고, 기어 구동축이 이탈하면서 항상 열려 있어야 하는 밸브가 닫혀버렸다고 밝혔다. 관리적 요인은 작동점검을 하지 않은 채 육안점검만 실시한 미흡한 점검시스템을 꼽았다.
상수도본부는 재발 방지 단기대책으로 사고 직후 정수장 내 전체 밸브를 긴급점검했다. 정비가 필요한 대상은 추경예산 1억 3,000만원을 편성해 6월 중 정비할 예정이다. 사고 발생 밸브는 철거하되 재설치할 공간이 없으므로 정수장 밖 하류부에 통합 유출밸브를 설치하기로 했다.
점검 매뉴얼도 개선했다. 기존 육안 점검만 시행하던 것을 연 1회 작동 점검을 의무 실시하도록 했다.
장기대책으로는 비상시 원수의 초과유량 배제로 침수를 방지할 수 있도록 물넘침 방지시설을 설치하고, 도수관로 계통시스템이 상황실에 표출되도록 관제시스템을 개선한다.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위기관리 대응 체계 확립을 위해 '상수도 조직·시설 혁신 전담팀'을 가동해 24일 시청에서 상수도 조직·시설 혁신과제 등 상수도정책 혁신방안을 제시했다.
혁신 전담팀은 ①위기관리 대응체계 확립 ②상수도 노후시설물 체계적 유지·관리 ③인력 및 조직 전문성 강화 ④상수도 공급체계 및 제도 개선을 통한 경영혁신 ⑤시민서비스 강화 및 시민참여 확대 등 5개 분야, 21개 세부 개선 과제를 발굴해 장·단기적으로 실행하기로 했다.
우선 위기관리 대응체계 확립과 관련 △현장 대응체계 개선을 위한 식용수 사고 매뉴얼 개정 △5년(2024~2028년) 간 제수밸브 5만7518개(우선 점검 대상 664개 제외)에 대한 순차적 전수조사 실시 △대형 급수사고 대비 정수장·배수지 간 비상관로 구축 등을 추진한다.
또 노후시설물의 체계적 유지·관리를 위해 △부식성 지수 조사 및 저감대책 수립 △노후관 174㎞ 정비 재원(997억원) 마련을 위한 환경부 현대화사업 국비지원 건의 △CCTV 통합관제센터 연계 통한 수돗물 누수 감시 강화 등의 과제가 추진된다.
이와 함께 인력 및 조직 전문성 강화 측면에서는 △단기과제로 정원 내 직렬 전환 및 관망관리사 등 자격증 취득 인원 채용을 통한 전문인력 확보 △장기과제로 전문교육 실시 및 자격증 취득 지원 강화 등의 혁신과제를 제시했다.
경영혁신을 위해 △수도요금 현실화 및 체계 개편 필요성도 제안됐다. 현재 수돗물 생산원가 대비 판매단가가 지나치게 낮아, 향후 5년간 1,434억 원의 투자예산 부족액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돼 현실적인 요금수준 확보를 통한 노후화 시설의 개선 재원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시민 서비스 강화를 위해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수돗물 정보공개 확대 △빛여울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시민참여형 수질검사 운영 △노후 옥내급수관 개량 지원 및 급수설비 위생관리 지도·감독 등의 사업이 진행된다.
특히 혁신 전담팀이 발표한 21개 혁신 과제 중 '단수·통수 및 수계전환 매뉴얼 개정' 등 일부 과제는 전담팀 운영기간 중 즉시 완료했다. 이어 올해 내 500㎜ 이상 제수밸브 664개 우선 점검, 정수장 내 GIS 구축 및 정비계획 수립, 수돗물 평가지표 설정 등의 과제를 추진할 예정이다. 나머지 과제는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향후 시행실적을 관리해나갈 방침이다.
한편, 정수장 사고로 인한 보상은 보상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177건 1억 3,700여만 원 중 신청액이 크지 않은 154건 6,600여만 원을 보상하기로 결정하고 신청인에게 개별 안내를 완료했다. 다만, 금액이 큰 신청 건수(1건)는 지방재정공제회에 영조물배상 사고로 접수해 별도로 진행된다.
이정삼 상수도사업본부장은 "덕남정수장 유출밸브 사고로 인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다시 한번 사과한 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상수도정책과 현장의 문제점을 재점검해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 공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